주 안에서 명절 즐기기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으심으로 거듭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나라 크리스천들이 설날이나 추석에도 우리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느낌을 공감할 수 있도록 교회가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해가 시작됐고 다음 주면 설날(구정)이다.
설날이 되면, 아니 설날이 되기도 전에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 제사, 정말 지내지 말아야 하나, 지내도 되는 건가?
사람들은 설날을 앞두고 들떠 있다. 식구들 선물을 무얼 할까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 뵐 생각, 온 가족이 모여 만두 빚을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하루가 다르게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빠른 요즘 설날 연휴 여행지에 놀러 가 콘도에서 설날 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 맞벌이가 일반화 되면서 설날 차례상 음식을 전문으로 준비해주는 업체도 생겨나 성업 중이다. 설날이나 추석 전날 대형 마트에 가보면 동그랑땡과 부침개, 떡을 사려는 사람들의 길고 긴 줄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할머니는 어떻게 차례상에 정성을 들이지 않고 돈 주고 산 음식을 올릴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사실 제사의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의 맛이나 음식 가짓수가 아니라 정성이니까. 정성 들여 물 한 그릇이라도 마음을 다해 예를 올리는 제사가 진짜 제사니까 할머니의 말씀은 백 번 지당하다. 하지만 이것 저것 구색도 갖추어야 하고 작은 집 식구들 오고, 사촌 오촌들이 오면 체면도 차려야 하는데, 음식 준비할 시간과 여력이 안되다 보니까 돈을 주고 제수 음식을 사는 듯하다.
기독교 가정이었던 우리 집은 설날에 음식을 차려놓고 예배를 드렸다. 홍동백서 등 따지는 음식은 없었지만 설날에는 만둣국, 추석에는 송편을 만들어 상을 차렸다. 한 친구의 집은 고유의 제수음식을 차려놓고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결혼을 한 다음에야 차례를 지내는 현장을 처음 지켜보게 되었다.
제수음식상이 차려지고 절을 두 번 하고 난 뒤 시아버지는 돌아가신 할머니께 지난해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새해에도 부지런히 살겠습니다, 하늘에서도 잘 보살펴 주십시오 라고 말씀하신다. 그게 전부였다. 물론 종가집 차례는 인원도 많고 절차가 있겠지만. 시집의 제사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조상께 지내는 차례와 제사를 우상숭배라고 한다는 게 오히려 우스웠다.
설날의 역사를 알아보면 우리나라의 설날은 조상 숭배와 효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먼저 간 조상과 자손이 함께 하는 신성한 시간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문화비평가들은 설날은 세속의 시간에서 성스러운 시간으로 옮겨가는 교체기라고 말한다. 즉 평소의 이기적인 세속 생활을 떠나서 조상과 함께 하며 정신적 유대감을 굳힐 수 있는 성스러운 시간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서 국가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설날은 아주 의미있는 날이다. 국민 대부분이 고향을 찾아 떠나고, 같은 날 아침 차례를 올리고, 또 새 옷을 즐겨 입는다. 여기에서 우리는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같은 한민족이라는 일체감을 가지게 된다.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볼 때 설날이 가지는 의미, 즉 공동체의 결속을 강하게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명절 이상의 기능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추석도 그렇지만 설날이라는 우리 민족만의 축제일에 교회 공동체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추석은 시기가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연결 지을 수 있는 추수감사절이라는 감사주일이 있다. 어느 해엔 그 시기가 너무 차이가 나 오히려 혼동이 일기도 하지만.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 추석에 크리스천은 뭔가 유리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삶 전체를 온전히 주님께 드리는 크리스천들에게 설날이나 추석의 풍속을 어떻게 흡수해야 할 지 혼돈스럽다.
어떤 교회에서는 제사 때 ‘절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아예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크리스천인 경우, 설날 추석의 차례와 제사는 우리나라 전통문화로 이해하는 것이 더 쉬어 보인다.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으심으로 거듭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나라 크리스천들이 설날이나 추석에도 우리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느낌을 공감할 수 있도록 교회가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전엔 징, 꽹과리 등 우리 국악기로 예배를 드리지 못했다. 국악의 전반적인 재조명이 이뤄지고 예배에서 해금, 가야금을 비롯해 국악기가 하나 둘 등장하면서 국악 찬양대가 생기게 되기에 이르렀다. 민족의 축제를 우리 식으로 주님께 감사하면서 주님 안에서 맞이하고 싶다.